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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붉은노을 댓글 0건 조회 4,086회 작성일 09-02-27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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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21살이 된 대학생인데요, 정말 갑갑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문제란... 저의 여동생에 관한 문제인데요.. 한번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제 여동생은 이제 14살이 되어 곧 중학교에 입학합니다.
동생의 가장 큰 문제는 가족이 아닌 사람들.. 친척들이나 주변의 친구들에게는 순수하고 착하게 알려져 있는 아이 이지만 우리가족에게는 말썽꾸러기나 문제아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 ,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릇되건 아니건 일단 따져보지 않고 충동적으로 저질러버리는 점,
잘못을 저질러 놓고 혼나더라도 그 순간 혼나면 그만이고, 자꾸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버리는 점,
등등입니다. 지금도 교과문제집을 풀어놓으라고 시켰더니 제가 잠시 밖에 다녀온 사이에 몰래 답지를 찾아
베껴놓았길래 심하게 혼내고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상황이 잘 이해가 가시지 않을거같아 구체적으로 사례를 적어볼게요.

동생과 저는 제가 중학교3학년, 동생이 초등학교3학년이 될 때까지 오랫동안 잘 지냈습니다.
애가 저보다 많이 어려서 생활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나이어린 여동생이니까 괴롭히거나
반대로 엄청 챙겨주거나... 그런생각 없이 평범하게 잘 지냈습니다. 사실 중학교때는 제가 사춘기여서 집안일
에도 별로 관심이없고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이나 공부하는 것에 신경쓰는 바람에 동생하고 그다지 많은
의사소통은 없었습니다.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주변의 친척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가족 안에서도 늦둥이에
집안의 유일한 여자아이로 또 많은 귀여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동생의 문제는 2005년부터 서서히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기숙사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있는 동안엔 집안의 문제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빨리 이 학교를 졸업해서 나중에 좋은 대학에 가야지하는 개인적인 욕망에 사로잡혀있던 때였습니다. 집에는 일주일에 한번 씩은 갔는데 가서 잠이나 실컷 자다오고 아빠나 엄마나 동생의 일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적어도 그때에는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의 소식을 들으면, 동생이 4학년인 2005년 그 해부터,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을 새로 다니게 했다는 엄마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고등학교에 힘들게 진학해서인지, 엄마가 저의 어려웠던 점을 의식하고 동생에게 선행학습을 시켜 나중에 공부하는데 도움이 크게 되도록,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게 하려는 욕심으로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동생이 학원에서 잘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숙제도 제대로 안해가고, 학원에 자주 빠지고, 그 학원의 특성상 그런 것들을 부모님께 연락하게 되어있었거든요. 그리고 일 년이 지난 2006년부터는, 엄마가 직장을 얻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건이 괜찮은 편이어서 아침에 출근하고 점심 때 집에 와서 동생을 돌봐줄 기회도 있고, 저녁 여섯시면 시간을 꼭 지켜서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이었습니다. 저는 고2때라 1학년 때보다도 더 정신이 없고 각박한 학교생활을 하느라 힘들어 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그 해에 들은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동생이 엄마 핸드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켜서 핸드폰 요금이 무려 50만원이 넘게 나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아빠한테 혼줄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후로 혼난 후에도 두 번 정도... 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게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 건 남의집에나 있는 일 인줄 알았는데 착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해왔던 내동생이 그런 일을 여러 번 충동적으로 했다는 것이 저로서는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동생에게 특별히 해준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엄마와 아빠가 당연히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했지요. 일 년이 지난 2007년에는 동생이 5학년, 제가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노느라 정신이 없던 때였습니다. 학교가 집하고 멀어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여름방학 때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집에도 별로 안오고 여느 대학신입생들이 그러하듯이 정신없이 놀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겨울 방학때는 동아리를 쉬고 몇 년만에 정말 처음으로... 진지하게 집에서 두 달 반정도 집에 가족들과 함께 있어봤습니다. 근데 그때 제 동생을 보고 정말 동생이 많이 변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전화로나 잠깐 잠깐씩 집에와서 듣던 소식보다도 동생의 문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학원에는 계속 다니고 있어왔는데 수시로 빠지는 것이 여전하고.. 더 심해졌고 그 시간동안 다른 친구들이랑 몰래 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구경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런 일이 발각될 때마다 아빠나 엄마나 저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그 때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얘기했는데 고쳐지는 점은 없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몰래 부모님 통장에 손을 대어 3만원정도... 인출을 한 다음에 친구와 저녁에 번화가에 가서 돈을 다쓰고 왔던 것입니다. 저라면 꿈에도 못할 생각을 그 쪼그만한 애가 겁도 없이 그런 짓을 했다고 정말 엄청나게 혼을 내줬습니다. 그런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 2008년인 작년, 동생에게는 6학년 때에는 여름방학과 겨울 방학때 제가 남아서 동생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하나뿐인 동생을 잘 가르쳐야 나중의 인생에서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정말 열심히 가르쳐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을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정말 이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훌쩍 커버린 저의 프레임에서 동생을 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그마한 어려움이 있으면 너무나 쉽게 포기해버리고, 충동적인 욕구를 너무 참지 못하고, 잘못 했을 때 마다 혼내줘도 변하는 게 없고.. 진짜 동생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학원에서 성적표를 받아오면 몰래 숨겨놓고, 풀으라고 시켜놓은 문제집은 엉망진창으로 풀어놓고, 집을 비울 때면 호시탐탐 답지에서 답이나 베껴놓고... 방금 오늘도 저를 크게 실망시켜서 또 혼내주고 오는 길인데 정말 너무 답답해요.

물론 동생의 나쁜점만 이렇게 늘어놓아서 그렇지, 늘상의 삶이 이런 것은 아닙니다. 특별히 문제점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귀여움도 많이 받고, 잘 챙겨주고 또 말도 잘 듣고 잘 지내다가 이렇게 잘못할 일이 발견 될때면 동생이 혼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안 전체가 엉망이 되어버리거든요... 엄마는 동생이 잘못될 때마다 직장을 관둬야 동생이 올바른 길로 들어선다고 맨날 푸념하고, 아빠는 주로 겉으로 내색을 안하시는데 속으로는 걱정하는 거 같고, 저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고.. 물론 동생자신도 자꾸 혼나니까 슬퍼하고 더 비뚤어질 거 같고...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떻게 하면 가장좋을 지... 동생에게요 
진심어린 답변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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