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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불안하고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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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은 댓글 0건 조회 4,952회 작성일 11-02-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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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을 통해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자랑스러운 딸(아들)이 되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고
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님의 마음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부모님께 뭔가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충분한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고 성과도 잘 나지 않아 조바심이 나고 심리적 압박감이 크게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실망스럽고 자신감 또한 점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한편, 이런 님의 힘든 마음을 부모님께서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클 텐데,
님의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여주지 않고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시니
마음이 섭섭하고 마치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도 클 것 같습니다.
심리적 압박감에 불안감만 계속 커져가고, 나를 공감해주는 사람은 없어 슬프고 우울하며,
나 혼자 애쓰면서 모든 일들을 감당하고 있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아 힘들고 짜증나기만 하는 것이
현재 님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의 상태인 것 같아 보입니다.

또한 님이 성장하는 동안 부모님이 자주 싸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하고 불안에 떨면서 어린 마음에 너무나 무섭게 느끼지는 않았나요?
보통 아이들은 부모님의 갈등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부모님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어떤 역할들을 찾기 마련인데,
님께서도 부모님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하니 그나마 예전보다는 좀 더 편하게 느낄 수는 있겠지만,
가족 안에서 경험해왔던 이러한 긴장상태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들이
지금도 님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님이 그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부모님께서 먼저 아시고 님을 돌보아주어야 했는데,
아마 님의 부모님께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것들을 알고 신경 쓸 마음의 여유나 방법을 잘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지만,
진정 자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라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적어도 님께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앞으로 이루기 위해 마음속에 간직해오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따뜻한 관심으로 다른 사람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을 것이고,
부모님을 향한 섭섭하고 실망스러운 마음이 사실은 부모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마음으로 깊이 연결되기를 원하는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쉽지는 않았겠지만, 내면의 적지 않은 고민과 아픔들을 잘 견뎌내고
지금 현재 님의 자리에서 잘 생존해 있는 것도 너무나 대견해 보입니다.

님의 안에 있는 이러한 아름다운 생각과 마음, 그리고 자원들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스스로가 먼저 충분히 인정해주며,
앞으로 더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자신을 많이 기대할 수 있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학업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이 시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시행착오를 통해 알아가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또래관계 안에서 인간관계의 소중한 가치들을 배워나가는 등
공부 외에도 중요한 과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록 부모님께서는 님이 기대한 만큼 해주지 못하실지라도 그것을 원망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기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며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청소년상담센터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운영하는 여러 가지 유익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내면의 불안과 긴장을 좀 더 잘 돌보는 방법도 배우고, 자신에 대해 깊이 알아가며,
진실한 관계에서 타인의 위로와 격려 또한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면의 힘이 키워지면 언젠가 부모님께도 님의 진실한 마음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생겨날 것이라 믿습니다.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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