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남친...... 그리고 결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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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미 댓글 0건 조회 4,461회 작성일 09-01-02 23:33본문
말하셨다시피 남친은 전형적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보입니다.
그리고 님은 남친이 울거나 자신이 받은 수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보호를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시는 군요.
다행히 님은 에너지가 있고 단단한 내면을 갖고 있어 남친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쩔줄 모르며 무력감에 빠져 울고 있던 남친을 이만큼 세워
공무원으로 떳떳이 세우고 작으나마 집 장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님의 힘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부모님들은 두 분을 통제하고 휘두르려고 하시겠지만
두분이 단단히 꾸려가며 남친의 원가족 문제로부터 분리되어
가정을 꿋꿋이 세우고 남친의 회복을 도우셔야할 줄로 믿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시기 전에 한 번쯤 점검해야할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님이 남친을 선택하고 어려운 중에도 결혼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친의 어떤 부분에 끌리셨나요?
님과 남친의 관계에서 힘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누구인가요?
님은 남친의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자신의 그 역할이 마음에 드나요? 그로 인해 충족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혹시 그 역할이 버겁거나 힘들지는 않은지요?
지금처럼 두 분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잡히지 않고 한쪽으로 기운다면
결혼을 해서 두 분의 사이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지 모릅니다.
결혼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꼭 점검을 하시고
예비 부부교육이나 면접 상담을 통해 남친의 문제를 꼭 다루기를 권유합니다.
>안녕하세요........
>
>제게는 10년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19살때 만나서 지금 제가 29살이죠. 남친은 30살이고요.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혼의 제일 큰 장애물은 남친의 부모님입니다. 결혼 반대?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에요.
>
>남친은,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구박보다는 심하고 굶기지는 않았으니 학대까지는 아니고"라고 말하는 상태(그러나 아동심리학과 석사를 마친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학대에 속한다고 하는 정도)를 겪고 자랐고요.
>
>맞고 자란 것은 물론이고, 2살 차이나는 동생과의 대접이 너무나 눈에 띄게 달라, 혹시 주워온 아이가 아니냐는 주위의 동정과 의심을 사며 자랐죠. 부모님이 불화하셔서, 아버님이 어머님을 폭행할 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말리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초등학교에 가도록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그 사실을 알리고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고 하였지만 그때마다 때릴 뿐, 갈아입을 속옷 한 번을 가방에 넣어 준 적이 없었다고 하죠. (초2 담임선생님의 도움과 관심으로 그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어렸을 때의 일을 추억해도 종종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
>남친은 중학교 갈 무렵 가벼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집에 가서 이야기했지만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고 병원에 가도록 보험증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남친은 그때문에 지금도 다리를 조금 절고 있습니다. (걸으면 모르고 뛰면 절룩거립니다)
>
>그렇게, 자기도 밥먹듯 맞고 그러면서도 맞는 어머니를 보호하려 애쓰며(엄마가 죽을까봐, 였다고 합니다. 어린 마음에는 정말 무서웠겠죠.)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에 와서 저와 만났습니다. 그때에도, 아버님은 외도중이셨고 밥먹듯이 어머님을 걷어차고 가정의 기물을 파손하였습니다. 이 이후의 일은, 학교에 와서 제게 한숨쉬거나 울면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들었죠. 당시 남자친구는 큰아버지가 입다 버린 바지(허리는 크고 길이는 짧아서 발목이 드러납니다), 사촌형이 입다 버린, 목의 칼라가 너덜너덜해진 셔츠 등등을 입고 다녔는데, 저는 집이 가난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아니더군요. 남친의 동생은 당시 유행하던 게스나 리바이스를 입고 다녔고, 사는 형편도 보통은 되었으니까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입고 가라고 옷을 주셨다고 합니다. 남친의 사이즈는 90이었는데, 남친의 동생(사이즈 110)의 옷을 물려 입으라고 "네 사이즈는 110이다"라고 말씀하셨고, 혹시 남친이 옷을 사가면 늘 동생이 빼앗아 입는 것이 당연했고요. 동생의 새옷은 남친이 건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보통은 남편의 폭력을 말리려 하는 장남이라면 그렇게는 안 할 텐데, 이상했지요.
>
>남친이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그후 1년 뒤 군대에 간 남친의 동생은 매달 집에서 풍족하게 용돈을 받고, 돈을 빌려 쓰기도 하며 넉넉하게 살았지만, 남친은 첫 휴가 나와서도 용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밥이며 책이며, 제가 사먹이고 한권씩 사주고 했어요.
>
>제대할 무렵 아버님과 어머님은 화해를 하셨고, 남친은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두분이 합심하여 남친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것도 훼방을 놓고, 왜 그러시느냐, 공모전 준비하는 거다. 하니까 네까짓게 그런 것을 해서 상을 받을 것 같으냐고 비아냥거리고. (그 공모전에서 저와 함께 준비해서 전국 1등 했습니다) 교내 전산대회 같은 것도 준비하면 비웃고, 상을 받아와도 무시하고. 두 분이 함께 그러시더군요. 폭력에 시달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친은 수줍고 말수가 적은 성격인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남친의 뜻을 무시하면서 "내가 일하는 보험사에서 보험판매원으로 넣어주마"고 하셨죠. 남친은 프로그래밍 쪽으로 상당히 재주가 있었고, 취업전에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
>저희 아버지는 남친에게 너는 수줍은 성격인데 프로그래머를 해도 30대 후반이 되면 기술영업을 하거나 퇴직을 해야 한다고 하니 전산직 공무원이 되는 게 어떻느냐 권하셨습니다. 결국 공무원 시험 준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로 결정한 남친은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그래밍 회사 쪽에 취직을 했습니다. 아버님은 화를 내셨죠.
>
>그리고 남친이 모은 돈, 1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나올 때의 퇴직금까지, 아버님은 모두 빼앗으셨습니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해야 하니 책값만이라도 일단 먼저 돌려달라고 하자, 너따위가 공무원이 될 리 없다고 하셨다더군요.
>
>회사를 그만두고 1년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며, 남친은 집에서는 방해를 해서 공부할 수 없었고 밖에 나와서 공부하자니 도서관에서 밥 먹을 돈도 없었습니다. 제가 제 퇴직금을 쪼개 밥값을 보태주었고 애가 늘 남이 입고 버린 누더기만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저희 엄마가 옷을 사 주셨습니다(남친은 그때 입어본 게 처음으로 몸에 맞는 옷을 입어본 것이었어요......). 결국 남친도 저도 공무원 시험에 짠, 하고 합격했고요.
>
>저는 먼저 발령을 받았지만, 남친은 대기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 돈도 그 부모님이 강제로 빼앗아 버렸지요. 아직 발령도 받지 못했는데, "그걸 내놓지 않고 혼자 욕심만 부리려면 이 집을 나가라"하는 식으로 하시니 빼앗긴 거예요. 물론 그동안 학습된 무력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러다가 발령날짜를 받았는데, 첫 출근할 때 입을 정장을 사야 하니 조금만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두분은 남친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여행을 가셨답니다.
>
>여행 말입니다. 두분이 룰루랄라. 돌아오시는 날이 남친 출근날.
>
>남친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울길래, 제가 저도 첫 발령받고 몇달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박봉이었지만 일단 카드로 긁어서 수트와 구두와 셔츠를 사주었죠. 수트값은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다른 것은 선물로 사 주었습니다. 적어도 남들에게 꿀리게는 안 해 주었죠. 나중에 두 분은 돌아오셔서 그 수트를 보시고 "옷이 작다"(아마도 둘째아들이 입을 수 없는 사이즈라 그랬겠죠)고 불평하셨답니다.
>
>발령을 받은 남친이 그동안 빼앗긴 천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이미 두 분이 써 버리신 후였습니다. 뜯고 싸워서 900만원이라도 돌려받았고, 남친은 직장의 독신자 숙소로 나와 버렸습니다. 남친 부모님은 제게 전화를 하셔서 참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들을 하고 끊고 하셨고요. 대단한 분들이셨습니다. 남친은 집을 나온 뒤 건강해지고, 합격 후 발령받을 동안 집에서 구박받으며 비뚤어졌던 성격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저는 남친에게, 너는 더이상 구박받을 이유가 없으며 용기를 내도 좋다고 계속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저축을 했고, 올해 작은 집을 장만했습니다. 결혼하면 함께 살 집이었죠.
>
>그 집의 계약금(남친이 천만원)과 중도금(제가 2천만원)을 내고, 잔금은 대출을 받으면서 일부(500만원)와 세금 등은 남친이 부담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잔금날 아침, 남친이 울면서 돈이 400만원 부족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 부모님이 정말 급하다고, 전세자를 빼주어야 한다고 몇달 전에 8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다음 달로 바로 주겠다고 했는데 돌려달라고 가서 빌었지만 욕만 하고, 두분 지금 제주도로 여행 가 있다고요.
>
>일단 그런 사태를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펀드에 묶어놓아서 그렇지 그때 저도 펀드 깎인 것 감안해도 돈 천은 여유가 있었거든요) 것에 대해 뭐라뭐라 하고, 일단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서 500을 마련해 왔습니다. (엄마의 비상금 통장을 일단 털었죠) 다음 주에 그대로 돌려드리기는 했지만, 저희 엄마는 그 일로 그동안의 사정 전부를 들으시고 대단히 화를 내셨습니다.
>
>그래놓고 돌아온 남친 부모님은 남친에게 집을 왜 사냐, 너 집산다고 대출 받으면 보증을 못 서는데 운운;;;; 그러면 그걸로 담보대출 받을 수 있느냐 운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참 황당한 분들이셨죠. 남친은 "그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여친이 산 집이고, 두분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하고는 전화 차단을 걸어버렸습니다.
>
>여기까지가 남친의 수난기.
>
>그리고 저 사정을 다 알게 된 저희 집에서는 결혼을 반대하였지만, 남친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을 맹세하며 저와 혼전 부부재산등기까지 하고, 부모님께 간절히 말씀을 드려서 약간 누그러지시게는 되었습니다.
>
>그런데 저희가 남친의 부모님을 결혼에 모실 뜻이 없었는데(와서 깽판 놓으실까봐)
>저희 아버지께서, 양가의 부모중 한쪽만 있는 결혼을 무엇하려고 하냐. 그럴 거면 우리도 너희 결혼 안 가겠다.
>그러고 버티시는 것이었습니다.
>
>.......남친은, 제게는 저를 걱정해주시는 외할머니가 계시니, 외할머니 ### 여사의 손자, 로 해서 청첩을 하고 결혼도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완강하시더군요. 이건 거의 결혼 반대, 라고 할 상황인데.
>그렇다고 남친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결혼 반대라고 하면 두분 좋아서 축배라도 드실 걸요. 두분은 제가 부추겨서, 아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고 그랬다고, 똑똑한 년은 부모에게 효도도 안 하니 다른 여자랑 결혼하라고 남친을 협박하고 두들겨 패셨던 분들입니다. 제게 얼마나 흉악한 말씀들을 하셨는지 이루 말할 수도 없고요.
>
>
>일단 저는, 저희 아버지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 아무 말 안 하고 결혼했다가 와서 깽판놓으면 할 말이없지만, 일단 오시라고 말씀은 드리고 나서 그 뒤에벌어지는 일은 그분들 잘못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전달은 할 생각입니다.
>
>예단이나 그런 것은 할 생각 없지만요. (800을 돌려주면 거기서 떼어서 예단을 하던가 생각해 봐야죠...... 그 때문에 저희가 지금 어떤 곤경에 처했었는지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아시다시피, 젊은 아이들 둘에게 800이 얼마나 큰 돈입니까.)
>
>남친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이시니(으윽, 그 바람에 천주교에 대한 혐오증까지 들고 있습니다. 관사에서 멀쩡히 외출준비하던 애한테 쳐들어가 애를 괴롭히고 패서 떡이 되게 만들어놓고는 두분이 제게 와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지, 너도 결혼하면 우리에게 마땅히 효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 똑똑한 년은 건방져서 운운....." 하신 것을 생각하면 그분들 다니시는 성당에 가서 이 이야기를 확성기로 떠들어대고 싶을 정도입니다.) 성당 신부님을 통해, 곱게 오셔서 좋은 마음으로 축복해 주실 것을 당부해 볼까 합니다만.
>
>남친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기록을 남겨두거나, 여러가지 조치를 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또한 폭력 피해자로서, 지금도 아버지를 보면 겁에 질리고 피해의식을 갖고 보는 이 남친(제가 그때마다 어깨를 붙잡고는 어린애한테 귀신은 없어, 하듯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너희 아버지가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라고 말해줍니다만)을 어떻게 해야 극복하게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도와주세요......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4:03:07 전체상담에서 이동 됨]
그리고 님은 남친이 울거나 자신이 받은 수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보호를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시는 군요.
다행히 님은 에너지가 있고 단단한 내면을 갖고 있어 남친을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쩔줄 모르며 무력감에 빠져 울고 있던 남친을 이만큼 세워
공무원으로 떳떳이 세우고 작으나마 집 장만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님의 힘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부모님들은 두 분을 통제하고 휘두르려고 하시겠지만
두분이 단단히 꾸려가며 남친의 원가족 문제로부터 분리되어
가정을 꿋꿋이 세우고 남친의 회복을 도우셔야할 줄로 믿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시기 전에 한 번쯤 점검해야할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님이 남친을 선택하고 어려운 중에도 결혼을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친의 어떤 부분에 끌리셨나요?
님과 남친의 관계에서 힘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누구인가요?
님은 남친의 문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가요?
자신의 그 역할이 마음에 드나요? 그로 인해 충족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혹시 그 역할이 버겁거나 힘들지는 않은지요?
지금처럼 두 분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잡히지 않고 한쪽으로 기운다면
결혼을 해서 두 분의 사이에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지 모릅니다.
결혼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꼭 점검을 하시고
예비 부부교육이나 면접 상담을 통해 남친의 문제를 꼭 다루기를 권유합니다.
>안녕하세요........
>
>제게는 10년동안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19살때 만나서 지금 제가 29살이죠. 남친은 30살이고요.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혼의 제일 큰 장애물은 남친의 부모님입니다. 결혼 반대?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에요.
>
>남친은, 가정폭력 피해자입니다. "구박보다는 심하고 굶기지는 않았으니 학대까지는 아니고"라고 말하는 상태(그러나 아동심리학과 석사를 마친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학대에 속한다고 하는 정도)를 겪고 자랐고요.
>
>맞고 자란 것은 물론이고, 2살 차이나는 동생과의 대접이 너무나 눈에 띄게 달라, 혹시 주워온 아이가 아니냐는 주위의 동정과 의심을 사며 자랐죠. 부모님이 불화하셔서, 아버님이 어머님을 폭행할 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말리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초등학교에 가도록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는데, 학교에서 그 사실을 알리고 함께 원인을 찾아보자고 하였지만 그때마다 때릴 뿐, 갈아입을 속옷 한 번을 가방에 넣어 준 적이 없었다고 하죠. (초2 담임선생님의 도움과 관심으로 그 증상은 사라졌습니다) 어렸을 때의 일을 추억해도 종종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
>남친은 중학교 갈 무렵 가벼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집에 가서 이야기했지만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고 병원에 가도록 보험증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남친은 그때문에 지금도 다리를 조금 절고 있습니다. (걸으면 모르고 뛰면 절룩거립니다)
>
>그렇게, 자기도 밥먹듯 맞고 그러면서도 맞는 어머니를 보호하려 애쓰며(엄마가 죽을까봐, 였다고 합니다. 어린 마음에는 정말 무서웠겠죠.)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대학에 와서 저와 만났습니다. 그때에도, 아버님은 외도중이셨고 밥먹듯이 어머님을 걷어차고 가정의 기물을 파손하였습니다. 이 이후의 일은, 학교에 와서 제게 한숨쉬거나 울면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들었죠. 당시 남자친구는 큰아버지가 입다 버린 바지(허리는 크고 길이는 짧아서 발목이 드러납니다), 사촌형이 입다 버린, 목의 칼라가 너덜너덜해진 셔츠 등등을 입고 다녔는데, 저는 집이 가난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아니더군요. 남친의 동생은 당시 유행하던 게스나 리바이스를 입고 다녔고, 사는 형편도 보통은 되었으니까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입고 가라고 옷을 주셨다고 합니다. 남친의 사이즈는 90이었는데, 남친의 동생(사이즈 110)의 옷을 물려 입으라고 "네 사이즈는 110이다"라고 말씀하셨고, 혹시 남친이 옷을 사가면 늘 동생이 빼앗아 입는 것이 당연했고요. 동생의 새옷은 남친이 건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보통은 남편의 폭력을 말리려 하는 장남이라면 그렇게는 안 할 텐데, 이상했지요.
>
>남친이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그후 1년 뒤 군대에 간 남친의 동생은 매달 집에서 풍족하게 용돈을 받고, 돈을 빌려 쓰기도 하며 넉넉하게 살았지만, 남친은 첫 휴가 나와서도 용돈 한 푼 받지 못했습니다. 밥이며 책이며, 제가 사먹이고 한권씩 사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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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할 무렵 아버님과 어머님은 화해를 하셨고, 남친은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두분이 합심하여 남친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것도 훼방을 놓고, 왜 그러시느냐, 공모전 준비하는 거다. 하니까 네까짓게 그런 것을 해서 상을 받을 것 같으냐고 비아냥거리고. (그 공모전에서 저와 함께 준비해서 전국 1등 했습니다) 교내 전산대회 같은 것도 준비하면 비웃고, 상을 받아와도 무시하고. 두 분이 함께 그러시더군요. 폭력에 시달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친은 수줍고 말수가 적은 성격인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남친의 뜻을 무시하면서 "내가 일하는 보험사에서 보험판매원으로 넣어주마"고 하셨죠. 남친은 프로그래밍 쪽으로 상당히 재주가 있었고, 취업전에도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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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는 남친에게 너는 수줍은 성격인데 프로그래머를 해도 30대 후반이 되면 기술영업을 하거나 퇴직을 해야 한다고 하니 전산직 공무원이 되는 게 어떻느냐 권하셨습니다. 결국 공무원 시험 준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로 결정한 남친은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그래밍 회사 쪽에 취직을 했습니다. 아버님은 화를 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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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친이 모은 돈, 1년 뒤 회사를 그만두고나올 때의 퇴직금까지, 아버님은 모두 빼앗으셨습니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해야 하니 책값만이라도 일단 먼저 돌려달라고 하자, 너따위가 공무원이 될 리 없다고 하셨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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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고 1년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며, 남친은 집에서는 방해를 해서 공부할 수 없었고 밖에 나와서 공부하자니 도서관에서 밥 먹을 돈도 없었습니다. 제가 제 퇴직금을 쪼개 밥값을 보태주었고 애가 늘 남이 입고 버린 누더기만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저희 엄마가 옷을 사 주셨습니다(남친은 그때 입어본 게 처음으로 몸에 맞는 옷을 입어본 것이었어요......). 결국 남친도 저도 공무원 시험에 짠, 하고 합격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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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먼저 발령을 받았지만, 남친은 대기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 돈도 그 부모님이 강제로 빼앗아 버렸지요. 아직 발령도 받지 못했는데, "그걸 내놓지 않고 혼자 욕심만 부리려면 이 집을 나가라"하는 식으로 하시니 빼앗긴 거예요. 물론 그동안 학습된 무력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여간 그러다가 발령날짜를 받았는데, 첫 출근할 때 입을 정장을 사야 하니 조금만 돌려달라고 애원하자 두분은 남친에게 욕설을 퍼붓고는 여행을 가셨답니다.
>
>여행 말입니다. 두분이 룰루랄라. 돌아오시는 날이 남친 출근날.
>
>남친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울길래, 제가 저도 첫 발령받고 몇달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박봉이었지만 일단 카드로 긁어서 수트와 구두와 셔츠를 사주었죠. 수트값은 나중에 주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다른 것은 선물로 사 주었습니다. 적어도 남들에게 꿀리게는 안 해 주었죠. 나중에 두 분은 돌아오셔서 그 수트를 보시고 "옷이 작다"(아마도 둘째아들이 입을 수 없는 사이즈라 그랬겠죠)고 불평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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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을 받은 남친이 그동안 빼앗긴 천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이미 두 분이 써 버리신 후였습니다. 뜯고 싸워서 900만원이라도 돌려받았고, 남친은 직장의 독신자 숙소로 나와 버렸습니다. 남친 부모님은 제게 전화를 하셔서 참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들을 하고 끊고 하셨고요. 대단한 분들이셨습니다. 남친은 집을 나온 뒤 건강해지고, 합격 후 발령받을 동안 집에서 구박받으며 비뚤어졌던 성격도 많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저는 남친에게, 너는 더이상 구박받을 이유가 없으며 용기를 내도 좋다고 계속 격려해 주었습니다. 저희는 저축을 했고, 올해 작은 집을 장만했습니다. 결혼하면 함께 살 집이었죠.
>
>그 집의 계약금(남친이 천만원)과 중도금(제가 2천만원)을 내고, 잔금은 대출을 받으면서 일부(500만원)와 세금 등은 남친이 부담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잔금날 아침, 남친이 울면서 돈이 400만원 부족하다고 하는 겁니다. 그 부모님이 정말 급하다고, 전세자를 빼주어야 한다고 몇달 전에 800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다음 달로 바로 주겠다고 했는데 돌려달라고 가서 빌었지만 욕만 하고, 두분 지금 제주도로 여행 가 있다고요.
>
>일단 그런 사태를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펀드에 묶어놓아서 그렇지 그때 저도 펀드 깎인 것 감안해도 돈 천은 여유가 있었거든요) 것에 대해 뭐라뭐라 하고, 일단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서 500을 마련해 왔습니다. (엄마의 비상금 통장을 일단 털었죠) 다음 주에 그대로 돌려드리기는 했지만, 저희 엄마는 그 일로 그동안의 사정 전부를 들으시고 대단히 화를 내셨습니다.
>
>그래놓고 돌아온 남친 부모님은 남친에게 집을 왜 사냐, 너 집산다고 대출 받으면 보증을 못 서는데 운운;;;; 그러면 그걸로 담보대출 받을 수 있느냐 운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참 황당한 분들이셨죠. 남친은 "그 집은 내 집이 아니라 여친이 산 집이고, 두분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하고는 전화 차단을 걸어버렸습니다.
>
>여기까지가 남친의 수난기.
>
>그리고 저 사정을 다 알게 된 저희 집에서는 결혼을 반대하였지만, 남친이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을 맹세하며 저와 혼전 부부재산등기까지 하고, 부모님께 간절히 말씀을 드려서 약간 누그러지시게는 되었습니다.
>
>그런데 저희가 남친의 부모님을 결혼에 모실 뜻이 없었는데(와서 깽판 놓으실까봐)
>저희 아버지께서, 양가의 부모중 한쪽만 있는 결혼을 무엇하려고 하냐. 그럴 거면 우리도 너희 결혼 안 가겠다.
>그러고 버티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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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은, 제게는 저를 걱정해주시는 외할머니가 계시니, 외할머니 ### 여사의 손자, 로 해서 청첩을 하고 결혼도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완강하시더군요. 이건 거의 결혼 반대, 라고 할 상황인데.
>그렇다고 남친 집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결혼 반대라고 하면 두분 좋아서 축배라도 드실 걸요. 두분은 제가 부추겨서, 아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하고 그랬다고, 똑똑한 년은 부모에게 효도도 안 하니 다른 여자랑 결혼하라고 남친을 협박하고 두들겨 패셨던 분들입니다. 제게 얼마나 흉악한 말씀들을 하셨는지 이루 말할 수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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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는, 저희 아버지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 아무 말 안 하고 결혼했다가 와서 깽판놓으면 할 말이없지만, 일단 오시라고 말씀은 드리고 나서 그 뒤에벌어지는 일은 그분들 잘못이기도 하니까 어떻게든 전달은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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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단이나 그런 것은 할 생각 없지만요. (800을 돌려주면 거기서 떼어서 예단을 하던가 생각해 봐야죠...... 그 때문에 저희가 지금 어떤 곤경에 처했었는지는 길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 아시다시피, 젊은 아이들 둘에게 800이 얼마나 큰 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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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이시니(으윽, 그 바람에 천주교에 대한 혐오증까지 들고 있습니다. 관사에서 멀쩡히 외출준비하던 애한테 쳐들어가 애를 괴롭히고 패서 떡이 되게 만들어놓고는 두분이 제게 와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지, 너도 결혼하면 우리에게 마땅히 효도를 해야 하지 않느냐. 똑똑한 년은 건방져서 운운....." 하신 것을 생각하면 그분들 다니시는 성당에 가서 이 이야기를 확성기로 떠들어대고 싶을 정도입니다.) 성당 신부님을 통해, 곱게 오셔서 좋은 마음으로 축복해 주실 것을 당부해 볼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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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을 보호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기록을 남겨두거나, 여러가지 조치를 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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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폭력 피해자로서, 지금도 아버지를 보면 겁에 질리고 피해의식을 갖고 보는 이 남친(제가 그때마다 어깨를 붙잡고는 어린애한테 귀신은 없어, 하듯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너희 아버지가 우리를 괴롭힐 수 없다."라고 말해줍니다만)을 어떻게 해야 극복하게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도와주세요......
[이 게시물은 사티어님에 의해 2011-04-27 13:58:56 공개상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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