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티어가족상담교육원

 
작성일 : 07-10-05 13:26
부부갈등
 글쓴이 : kimfa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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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갈등

인간은 태어나면서 가족이라는 소집단에 소속되며, 그 집단으로부터 신체적, 심리적 생존방식을 배운다. 따라서 가족이 건강하여야 건강한 사회구성원을 키워낼 수 있고, 가족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족의 축이 되는 부부가 건강하여야 한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는 물론 많은 사회문제의 뿌리가 건강하지 못한 부부관계와 가족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부부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맡은 바 역할을 감당하며, 욕구차이로부터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면서 인생의 공동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지니고 태어나는 성격적 경향과 욕구에 차이가 있고, 남녀 성별에 따른 태도에 차이가 있으며, 더 나아가 사람마다 자란 환경과 시대적 환경에 차이가 있다. 부부가 이러한 차이들에 적응하려 할 때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부부들은 결혼하면서 죽을 때까지 발달단계를 거치는데 각 발달단계마다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있으며 이러한 과제들은 부부로 하여금 긴장감과 갈등을 느끼게 한다. 특히 집안 식구의 병, 실직, 천재 등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외부환경의 변화는 더욱 큰 불안과 긴장감을 일으킨다. 건강한 부부는 이러한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는 자원과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외부상황으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에도 곧 정상적인 기능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감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부부들은 점차 심각한 갈등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우선 결혼생활 초기에 흔히 발생하는 갈등유형으로, 성격적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내 뜻대로 행동하리라는 환상이 깨어지면서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자.




결혼한 지 일년이 다 되어 가는 A 부인은 자신이 왜 결혼하였는지 후회스럽기만 하다. 자기가 꿈꾸던 결혼생활은 제쳐두고 남편의 모든 행동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좋게 시작하였던 대화도 꼭 사느니 마느니 하는 싸움으로 끝을 낸다. 명랑하고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부인은 일요일마다 잠만 자고 먹을 것만 달라고 하는 남편이 지겹고, 집안을 이쁘게 꾸면 놔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는 남편이 미련퉁이 같고, 애잔한 음악을 듣고 눈가가 젖으면 애처로워 사랑스럽다고 하던 남편이 이제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볼 때 기가 막히고, 누구는 손이 더 달렸나 빨랫감을 여기저기 던져버리곤 하면 꼭 미칠 것만 같아진다.




심리학자 융(Carl Jung)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 이미 선호하는 양식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사람에 따라서 심리적 에너지가 외부로 또는 내부로 흐른다. 사람을 만나야 흥이 나고 기운이 솟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 곧 힘이 빠지고 집에서 혼자 조용히 있어야 살맛이 나는 사람이 있다. 외향적인 부인이 내향적인 남편보고 자꾸 밖으로 나가자고 조르면 남편은 부인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한편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정보를 받아드릴 때 오감을 통해서 수집하거나 혹은 직관으로 얻는다.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실수를 적게 할 수 있지만 너무 사실적인 것만 추구하니까 꽁생원같이 보일 수 있고, 직관적인 사람은 비록 충분한 자료를 다 모으지 않아도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반면에 뜬구름 잡는 것 같이 현실감이 부족하게 보일 수 있다. 또 사람들은 상황을 판단할 때 마음으로 판단하는가 하면 머리로도 판단한다. 덕수궁 돌담 밑에 흩어져 있는 낙엽을 보고 한 사람은 괜히 서글퍼져 눈물이 고이는가 하면 한 사람은 저 많은 낙엽을 치우는 방법, 환경미화원의 노고 등을 생각한다. 지나치면 마음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때로 감정에 치우칠 수 있고, 머리로 판단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합리적이기 쉽다. 이 외에 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 어떤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맞추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세상이 자기에게 맞도록 만들면서 살려고 한다. 즉, 상황이 돌아가는 대로 적응하는 사람은 융통성이 있는 반면에, 자기주장이 없이 우유부단하며 때로는 준비성이 없이 마지막 순간에 허덕이며 일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을 자기 계획대로 설계하면서 하는 사람은 상황에 대처하여 계획을 세우고 자기의 뜻대로 밀고 나가는 힘은 있지만, 지나치게 되면 자기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어 경직되게 살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성격적 경향의 차이는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부부가 비슷한 성격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평상시에는 마음이 맞아 잘 살 수 있다. 그러나 위기상황 대처에는 약하다. 반면에 서로 다른 성격적 경향성은 평상시에는 티격태격할 수 있지만 위기상황 대처에는 오히려 유리하다.




여러 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는 본래적인 욕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여러 가지의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사람들마다 원하는 욕구의 비중이 다르다는 것이다. 상담심리학자인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사랑이 삶의 지상목표인 사람이 있고 일이 지상목표인 사람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어떤 사람에게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사람은 자유의 욕구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두 연인들이 함께 계속해서 살았다고 하면 분명 다시 헤어졌으리라고 생각된다. 사진작가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가장 큰 욕구는 자유이고, 여배우 메릴 스트립의 욕구는 사랑과 즐거움인 것처럼 보였다. 연애기간 동안에는 두 사람 다 사랑과 소속의 욕구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되게 되면 평상시의 자신의 가장 큰 욕구가 다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가는 B씨는 요즈음 부부싸움이 잦아지면서 문득 문득 이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문화센터다 헬스센터다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던 부인이 이제는 아예 자기실현을 추구한다면서 대학원 입학시험 준비를 하느라 시집식구에 소홀한 것은 물론이고 남편 뒷바라지, 아이들 뒷바라지도 소홀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B씨는 도대체 부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워지고, 식구들은 마치 아내의 인생 필수품일 뿐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점차 대화가 줄어들기 시작하였으며, 우연히 길에서 만난 대학시절의 남자친구와 차 한잔을 하였다는 아내의 말에 화가 나서 외간남자와 만나 돌아다닌다고 빈정거리자 속이 좁은 남자라고 핀잔을 주는 아내와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요즈음은 회사사정도 좋지 않은데 집에서조차 아무도 자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B씨로 하여금 외롭다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B씨는 마음을 달래려 퇴근 후에 한잔씩 술을 마시다가 대화가 통하는 여성과 만나게 되자 깊은 관계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 사례는 서로의 욕구를 조절하는 방법을 몰라서 발생하는 갈등유형이다. B부인은 자기실현의 욕구를 쫓다보니 남편의 사랑의 욕구를 무시하게 되었고, 남편은 아내의 자기실현의 욕구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 경우에는 서로 다른 욕구를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타협방안을 찾지 못한데 두 사람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성숙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어린아이가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얻으려고 떼를 쓰는 것과 같이 상대방의 욕구는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것만 채우겠다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때에는 자신과 배우자의 갈등유발 행동의 저변에 깔려있는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C부인은 이혼을 막무가내로 원했고, 남편은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남자는 외동아들로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여자도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자 친정 옆에 집을 얻었다. 시집이 멀어 겨우 무슨 일이 있어야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시집에 자주 못 간다고 남편과 시집식구가 모두 불만이었다. 이러한 불만으로 시어머니는 식구들이 모일 때가 되면 미리 장만 잔뜩 보아다 놓고 시누이를 데리고 나가버리곤 하였다. 부인은 모든 일을 혼자 다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곤 하였다. 자연스럽게 부인은 시집에 대한 불평을 남편에게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러면 남편은 그까짓 저녁식사 준비 한번 한 것 가지고 생색낸다고 하거나, 네가 직접 가서 어머니한테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한번도 부인을 이해 해주는 적이 없었다. 이러한 불만이 쌓여 이혼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혼 법정에서 만난 이 부부는 두 사람 다 어린아이 같이 미성숙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남편이 부인을 다정하게 감싸주고 위로의 말을 하였으면 사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내들이 시집식구에 대한 불평을 할 때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거나, 노력이나 헌신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거나, 혹은 식구들간의 불공평함에 대해서 남편이 적절한 중재역할을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인들은 남편이 실제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리라 믿어서라기보다는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를 듣고자 할 때가 많다. 여성은 관계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해 받기를 원하고 대화하기를 바란다. 반면에 남성들은 사회성을 키우도록 양육되었기 때문에 문제해결중심의 과제수업과 관련된 대화를 한다. 따라서 부인이 시집에 대해 불평을 하면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 당하는 것 같고, 그렇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남편으로 전락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이러한 내적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반동적으로 화를 내고 자기 가족을 보호하여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싸이게 된다. 그러면 여성들은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것 같아 또 화가 나게 되어 부부싸움에 불이 붙게 된다. 즉, 개인차가 물론 있지만 남녀 성에 따라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데 남녀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제 발달단계에 따르는 또 다른 부부갈등을 살펴보자. 물론 누구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면 둘이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하다. 이때에는 서로가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고 싶고, 또 나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어 아무리 만나도 시간이 없을 정도이며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 때에는 서로가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러나 곧 두 사람은 현실로 돌아오게 되며,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사랑을 해주기만을 요구한다. 또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차차 부부로서 주어진 역할이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역할분담에 따르는 차이점을 해결하여야 하는데,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서로의 욕구를 분리하지 못한 상태라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고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느껴 분노에 싸이게 된다. 이때에는 서로가 상대방의 사랑을 재확인하고 서로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자신감이 필요하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데 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건강한 관계를 아직 형성하지 못하였을 경우, 예를 들어 남편과의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 못한 부인은 아이에게만 관심을 쏟게 되고, 남편은 아이에게 질투를 느낄 수도 있다. 또 자녀를 교육하는데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서로 상의하고 타협하여 아이를 훈육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부모에게 소속된 존재가 아니라 부모와 하나의 인간관계로 들어가는데,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장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 이들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면 이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 즉 자신감이 없는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믿음도 없고, 또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착각하기 때문에 독립된 하나의 자녀로 존중할 능력이 없다. 마지막 단계로 자녀가 출가를 하게 되면 부부만 남게 되는데 이때 두 부부사이에 해결하지 못한 부부간의 문제가 새롭게 드러나게 된다. 혹은 한국적 가족문화에서는 오히려 부부문제가 결혼한 자녀들에게 확산되어 더 심각한 상태로 발전되는 경우도 흔하다.




<>D부인은 여러 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와 형제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처녀 적에는 사범학교까지 나온 뒤 교직생활을 하다 결혼한 환갑을 훨씬 넘긴 인텔리 여성이다. 중매로 만난 남편은 자수성가하여 돈을 꽤 잘 벌었다. 그러나 가난한 시집식구 부양은 물론 결혼한 형들의 재정적 문제까지 다 도맡고 있던 남편은 성격이 매우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무뚝뚝하고, 급해서 무슨 일이 마음에 안 들면은 몹시 큰소리를 지르곤 하였다. 그러면 D부인은 가슴이 벌렁거려 아무 말도 못하곤 하였다. 농사일만 죽도록 한 시어머니만 보고자란 남편은 여자는 일만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시어머니와 똑같이 가지고 있었으며, 손끝에 물도 안 묻히던 새댁에게 일곱 명이나 되는 시집조카들과 시부모 뒤치다꺼리를 맡기고도 당연하게 여겼다. 부인은 자기는 단지 시집식구들의 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랑도 없이 시작한 시집살이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였으나 자식들이 생기자 할 수 없이 이제껏 살았다. 그러나 남편과 사랑의 관계를 맺지 못한 D부인은 감정은 죽이고 오로지 완벽한 현모양처가 되고자 하였으며, 모든 정성을 아이들에게 바쳤다. 그러나 큰딸의 사윗감을 고를 때마다 완벽한 사람을 찾다보니 딸은 시집은 커녕 40이 되도록 집에서 꼼짝 안하고 있고, 성장하여 분가한 자식들의 경제권을 다 쥐고 있던 남편은 큰아들과 하던 사업을 부도내어 자신뿐만 아니라 큰 아들네 가족도 알거지로 만들었으며 막내아들 결혼자금까지도 날렸다. 그러다 큰아들이 취직이 되어 재정보증이 필요하다고 작은아들 집을 담보로 해달라고 하자 작은며느리가 반대를 하였다. 시부모가 작은며느리를 달래도 보고, 빌어보기도 하였으나 작은며느리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작은며느리는 이혼소송을 하고 집을 가압류신청을 해버렸다. 시부모의 며느리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부인은 평생동안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였는데 근래에는 신체적 이상이 없다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를 못하고 있다.




이 가족의 경우 지배적인 남편과 순종적인 부인의 힘의 관계는 두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남자의 지나친 독선과 통제욕구가 하나도 절충되지 못하였다. 반면에 여자는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녀들을 통하여 욕구를 발산하려 하였기 때문에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통제욕구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독립성도 인정하지 못하고 자녀들마저 자신들의 문제영역으로 끌어드린다. 결국 이 집안의 문제영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독립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둘째 며느리는 이 집에서 분리되고 말았다. 결국 부부가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문제를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들 부부의 노년이 그리 희망적이지 못하리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태어난 성격과 더불어 어렸을 때 가족으로부터 배운 생활양식에 따라 살아간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기가 배운 생활양식을 고집한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잘 배우지 못한 많은 부부들은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실망하거나, 갈등이 없는 것처럼 덮어버리거나, 겉으로만 상대방에게 지거나, 혹은 끝까지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즉, 서로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win-win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no-win의 관계양식을 선택한다. 특히 건강하지 못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들은 상호작용 패턴이 경직되어있고 문제해결능력이 약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더욱 심한 갈등을 일으킨다.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서 매력을 느끼는 과정은 본인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심리적 계산 하에서 이루어진다. 태어날 때 이미 가지고 태어나는 성격적 경향, 어렸을 때의 부모와의 심리적 갈등관계, 가족과의 상호작용,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자신의 준거틀로 상대방을 점수 매겨 선택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혹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매우 흡사한 삶의 틀을 가지고 상대방을 선택하였음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심리적 건강도에 걸맞은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건강도란,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수용하고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할 수 있다. 즉, 자기를 지나치게 이상화하지도 않고, 비하하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 부모들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버티어주고, 성장하도록 도우면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삶의 에너지를 자신을 확장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나 부모가 적절한 양육을 하지 못하거나, 과보호하거나, 혹은 학대를 하게되면 아이들은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부정적인 자기모습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이상적 모습 혹은 못났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자기의 모습이라고 믿게 된다. 결국 외부에 보이는 자기와 진정한 자기와의 차이가 있게 되면 바로 이러한 차이가 외부에 들킬까봐 두렵기 때문에 삶의 에너지를 외부에 드러나는 자기를 지키는데 쏟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기확장을 위한 에너지가 없어져 버린다.




과보호 등으로 형성된 이상적 자아이거나 열등감을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 논 거짓 자아이거나 두 자아의 크기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야 서로 매력을 느끼고 편안해진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열등감에 싸여 겉멋만 부리는 여성에게는 성실하게 사는 남자가 쩨쩨하고 우습게 보인다. 반면에, 허풍을 부리고 되지도 않을 사업계획을 떠들어대는 남자가 오히려 남자답고 통이 크고 멋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두 사람이 만날 때 각자의 이상적 자아나 거짓 자아의 내용은 그 사람의 삶의 경험에 따라 채우는 내용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 틀은 비슷하다. 결혼 전에는 서로의 이상적 모습만 보다가 결혼을 한 후에는 곧 상대방의 실제의 모습, 즉 이상적인 모습만큼 열등한 모습을 보게된다. 이때에 대개는 서로 상대방에게 속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아무도 속은 것도 속인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이 보려고 한 것만 보았거나 확신이 안 갔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부인은 남편의 외도로 상담을 시작하였다. 시아버지는 동생들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동생들은 다 유명인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일생동안 가난한 공무원 생활을 지겹게 하고 지냈다. E부인의 시할머니는 성격이 포악하셔서 E부인의 시어머니를 여동생들과 함께 때리곤 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남편 형제들은 보고 자랐으며 어머니의 매맞던 모습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E부인의 시아버지 역시 고집이 세고, 괴팍하고, 폭력적이라 자식들을 때리면서 키웠으며, 아버지의 명령은 어길 수 없는 지상명령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시어머니는 남편이나 시집식구들에게 꼼짝 못하고 큰아들만을 하늘과 같이 여기면서 살았다. E부인의 친정아버지와 어머니는 반대였다. 어머니가 완벽주의적이었으며, 돈에 철저하고, 성격이 매우 강하여서 남편은 물론 자식들이 모두 꼼짝못하고 살았다. 교직에 있는 E부인이 순수해 보이고, 온순해 보여서 남편은 E부인과 결혼을 결심하였고, 부인은 부모가 괜찮다고 하여 결혼을 하게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남편은 불쌍해 보이는 여자들, 천한 여자들과 쉽게 관계를 맺곤 하였다. 그런 아들을 시어머니는 두둔하고, 때로는 아들과 만나는 여자들과 따로 만나기도 하곤 하였다. E부인은 괴팍한 시할아버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집안간 시누이를 모시고 시집살이를 한 결과 유방암까지 걸렸으나 남편의 바람기는 극을 달해 이혼녀와 눈이 맞아 몇 달째 집에를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본래의 자신들의 가족과 심리적으로 얽혀 있었다. 남편은 할머니,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랐고, 자신도 맞고 자랐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기의 마음에 안 들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배웠던 것이다. 어머니와의 정서적 밀착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기 때문에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불쌍한 여자에게 자기도 모르게 이끌리곤 하였다. 이 가족을 치료하기 위해 어머니를 만나보니 어머니의 감정상태는 마치 늪과 같아 억압하였던 감정이 솟구치면 자식들은 다같이 어머니의 감정에 빠져들었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자신들의 부부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막내딸을 심리적으로 묶어놓아 40이 넘었는데도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혼담이 들어올 때마다 어떤 흠이라도 잡아서 결혼을 못하게 하였는데 이는 두 사람 관계의 긴장도를 딸이 낮추어주는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싸우면 딸이 아버지를 말리고, 어머니를 달래는 역할을 하였으며, 두 사람은 이 딸의 역할 때문에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시어머니에게는 큰며느리가 심리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모든 생활비는 큰아들한테서 받으면서도 작은며느리와 한편이 되어 작은며느리에게는 이것저것 퍼주고 있었다. 결국 시부모는 외부에서 들어온 며느리들까지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남편은 아버지가 싫었지만 아버지와 똑같이 부인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의논 없이 일을 저지르고, 부인은 남편이 벌려 논일을 마무리하느라고 힘들어하였다. 부인 역시 강한 어머니 밑에서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시집의 불의에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왔다. 사실 힘이 없어 보이는 시어머니나 며느리 다 자기 고집이 센 것이다. 참을성이 지나치고, 지속적으로 헌신적인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자기의 위치를 지키고자 하는 고집이며, 과거에 배운 자신의 삶의 각본을 끈질기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친정어머니가 모든 집안의 경제권을 잡고 있듯이, 이 딸도 남편의 문제를 전부 맡아서 해결하려 하였다. 이 부부는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들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더 나아가 원가족의 문제가 함께 얽혀있었다. 이들은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을 모를 뿐만 아니라 남편은 소리지르고, 부인은 무서워서 아무 말 못하는 시부모의 지배/복종의 관계양식, 친정 아버지는 온순하고 어머니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지배/복종의 관계양식을 그대로 반복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 부부의 부모들은 바깥으로는 달라보여도 똑같이 자녀를 지배하였고, 인격을 무시하였다. 시어머니도 자식을 헌신적으로 사랑한 것처럼 보이고 자녀들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실은 자식들을 감정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부모들의 심한 부부갈등, 편애, 학대, 고부갈등, 경제적 곤란 등은 자녀들로 하여금 심리적 결핍감을 가지게 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생긴 결핍감은 쉽게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일생동안 이 결핍감을 충족하려는 충동에 자기도 모르게 빠지곤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배운 생존경쟁 방식뿐이 모르기 때문에 비록 그 방식이 비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결핍감은 결핍감을 느끼게 하였던 부모에게 매이게 하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성숙한 인간이 되지 못하게 된다.




<>F부인은 화전민으로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오빠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랐다. 초등 학교를 어떻게 졸업하였으나 중학교에 못 갈 때는 너무 속상해서 방문을 사흘씩이나 잠그고 안 나올 정도였다. 공민학교 과정, 검정고시 등을 치러 겨우 중학교 과정을 끝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 9살이 위인 지금의 남편과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시집은 사정이 더 나빴다. 시어머니 혼자서 살림을 꾸려가고 있었는데 시집가자마자 시누이가 이혼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들어오고, 시동생 셋과 시누이가 모두 함께 지내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중노동의 나날이었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말이 없는 부인은 속으로는 곪아가면서도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시집살이를 견디어냈다. 시집은 삼대째 믿는 가정이라 믿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18년 결혼생활을 버티게 해준 것은 그런 대로 믿음생활을 열심히 하여 평신도 지도자의 역할을 하면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은 전부 신앙생활에 바쳐졌으며, 믿음을 배가하기 위해서 좋은 위치를 찾아다니면서 새벽기도, 밤기도, 금식기도 등을 하였고, 성령기도회를 인도하였으며, 귀신 쫓는 안수기도도 해왔다. 그러나 어느 날 부인이 지도자의 위치에서 밀려나자 남편과 기도를 같이 다니던 외모가 괜찮은 이혼한 자매와 남편이 불륜의 관계를 맺고있다고 믿는 의부증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정신병적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들 부부의 자세한 문제점을 다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부인의 열등감과 대화능력의 결여, 어느 가족에게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집관계 등에 문제가 있었고 특히 모든 문제를 신앙으로 해결하려한데 있었다. 건강한 신앙은 건강한 신체, 마음, 관계성을 포함한 하나의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때 이루어진다. 독선적이고, 현실 도피적이며, 열등감을 보상받기 위해 신앙에 몰두하게 되면 결국 신앙의 힘을 자신의 욕구충족에 사용하게 된다. 이들 부부의 근본적인 문제는 더 나아가 성적 문제에 있었다. 성관계가 부부관계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중요성을 절대로 간과하여서도 안 된다. 이 부부는 남편의 성기능 장애를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신앙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까 채워지지 못한 부인의 성적욕구가 남편의 불륜으로 둔갑하게 되었다. 이들은 부인의 병을 마귀 들렸다고 믿고, 기도로 고친다고 돌아다니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말았다. 이렇게 부부갈등을 그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신앙만으로 해결하려 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위의 모든 사례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사회가 가부장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여성의 권리가 남성 혹은 남성의 집안에 의해서 불공평하게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필수적이지만 각자의 특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게 되면 가치관의 문제도 차차 극복되리라 믿는다.




부부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문제가 위에 열거한 사례들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를 파악하여야 한다. 서로의 차이점을 알게 되면 그 차이점을 서로 타협하기 위한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나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변하면 나와 상호작용 하는 상대방도 변화하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부부갈등 해결의 첫 단계인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질문들을 적어보았다.







1. 우리 부부의 성격적 경향성은 어떤가? 서로 비슷한 점은 무엇이고, 서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이러한 차이점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2. 나의 욕구(사랑, 일, 성취, 즐거움, 자유, 성 등)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채우고 있는가?

배우자의 욕구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채우고 있는가? (불평이나 마음에 안 드는 배우자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욕구를 찾아야 한다.) 우리 부부는 상대방의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채워주고자 노력하고 있는가?

3. 우리의 대화양식은 어떤가? 상대방을 충분히 듣고, 의견을 존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가?

4. 지금의 우리의 결혼단계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해결하여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5. 나의 부모의 싫었던 점, 좋았던 점이 나에게 어떻게 남아 있는가? 나는 나의 배우자, 자식,

혹은 배우자 가족에게 나의 원래의 가족들과의 감정과 반응양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는가?

6. 나의 부모의 상호 작용하던 패턴은 어떤 것이며, 지금의 나는 그 패턴을 어떻게 반복하고

있는가?

7. 우리 부부는 사랑의 관계인가? 서로 지지하고 있나?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




이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되면 행동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가족전체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러나 현재 지나치게 감정적인 상처를 많이 입은 상태이거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거나, 해결방법을 생각하기가 힘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