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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경계선 형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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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imfamil 댓글 0건 조회 4,372회 작성일 07-10-0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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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경계선 형성하기

인간관계로부터 발생되는 갈등은 삶의 필수 존재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장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많은 갈등을 겪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낮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로서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나와 타인을 경계짓는 심리적 자아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심리적 자아경계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동물의 세계에 대한 다큐멘트 프로그램을 접할 때마다 동물과 인간과의 유사점을 자주 발견하곤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많은 동물들이 배변을 뿌리는 등의 행위로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행위이다. 이는 동물들이 광활한 자연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는 국가들간의 영토싸움, 적게는 집 한 칸을 마련하고자 하는 우리 서민들의 애절한 소망에서도 드러난다. 이렇게 사람들은 외부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공간은 외부세계에서의 물리적 영역뿐만 아니라 내적 세계의 심리적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이러한 영역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나에 의해서 결정된다. 어느 만큼의 영역을 허용하느냐 하는 것은 내가 어디까지, 어떤 경계선을 긋느냐에 달렸다. 이러한 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면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허용하고 싶은 만큼의 나의 영역과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상대방의 영역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도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을 결정짓는 경계선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아무도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영역에도 드러가려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를 타인으로부터 소외시킨다. 하지만 이 경계선이 너무 성글게 형성되면, 다른 사람이 나의 영역에 부적절하게 지나치게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해서 혹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얽혀있어서 혼돈에 빠져 고통스럽게 된다. 또는 두 상태를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부간에도 적절한 각자만의 영역과 함께 두 사람이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공유되는 부분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경계선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경계선은 친밀감 형성에 문제가 되고, 지나치게 구멍이 많은 경계선은 너와 나의 구별이 되지 않아 숨이 막히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끼거나,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려 한다.




물론 이러한 경계선은 문화마다 차이가 있다. 어느 사회에서는 용납되는 경계선이 다른 문화에서는 용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화에 따르는 차이가 무엇이던 개인이 적절하다고 느끼는 경계선을 형성하여야 한다는 과제는 누구에게나 요구된다. 특히 정으로 얽혀있는 우리의 관계성 지향의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경계선이 불분명하기 쉽기 때문에 심리적 자아경계선을 적절하게 형성하는 과제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계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나와 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태어나면서부터 타인으로부터 상호작용 하면서 형성된다. 어린아이가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을 때 자기의 영역을 형성하게 되며, 타인의 영역도 자기의 영역과 같이 존중하게 된다. 몇 년 전에 한 방송국에서 어느 농촌의 소에 대한 이야기를 방영한 적이 있다. 소의 태를 집의 강아지가 먹어버렸기 때문에 자신의 태를 먹어야만 자기 새끼를 인식할 수 있는 어미 소는 송아지를 키우려하지 않아 외로운 주인아저씨가 송아지 새끼를 어린아이 키우듯이 키웠다. 그렇게 키워진 송아지는 송아지의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행동을 하였다. 앉아있는 주인아저씨의 어깨에 두발을 올려놓고 어린아이가 하듯이 머리를 기대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 사람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어미소로부터 키워지지 못한 송아지가 자기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를 키우는 방법을 몰라 새끼를 양육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동물이나 인간이나 태어나면서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을 바탕으로 자아경계선과 생존양식을 만들게 된다.




건강한 부모는 자녀들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자녀를 나의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로 하여금 가족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개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들로 하여금 그들만의 관점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고, 지나치게 부모의 것을 받아드리도록 요구하게 되면 자녀들은 자기의 생각, 느낌, 영역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즉,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의 것인지 불분명하게 된다. 결국 자녀들은 부모와 적절한 경계선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나와 세상을 구별할 수 있는 경계선도 형성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넘어져서 아프다고 할 때 많은 부모들이 아프긴 무엇이 아프냐고 한다던가 빨리 울음을 그치라고 다그친다. 즉, 아이의 아프다고 느끼는 감정을 부인하는 것이다. 또 우리는 부모가 다른 사람 보는 데서도 어린아이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때리는 일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혹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릴 때 슬프고 두려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죄책감에 싸일 수 있게 된다. 한 어머니는 부부가 싸우면 울면서 싸움을 말리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 인가는 자기 방에 들어가 나타나지도 않고, 엄마가 매를 맞아도 표정도 전혀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라서 상담을 시작하였다.




동환이는 다섯살 짜리 사내아이로 무척이나 귀엽고 영특한 아이였다. 그러나 아이는 동네 놀이터에서나 유아원에서 다른 아이들을 자꾸 때려서 상담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고, 또 자기들까지 때리곤 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또 집안에서 무슨 일이던 잘못되면 모두 이 어머니를 지적하여 야단을 치곤 하였다. 식구들한테 잘 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야단을 맞았기 때문에 항상 주눅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것은 참지못하고 또 조금이라도 상대방이 내 마음에 안 들면 화를 터뜨리곤 하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편은 물론 시집식구, 동네사람들과도 자주 싸우고, 아이를 자기 기분에 따라 야단을 치곤 하였다. 엄마의 감정에 휘둘리는 동환 이는 대소변을 아직도 잘 가리지 못하였고, 조그만 긴장하면 머리를 쥐어뜯곤 하여 머리가 여기저기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현실과 분리되거나, 이러한 감정을 없애버리거나, 자신의 감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감정을 부인하게 되는데 결국 세상에 대하여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게 되고, 감정이 사라지면 세상과 내가 하나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단절감은 마음이 텅 비게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깊이 있는 믿음의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모르기 때문에 외부의 것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자신의 공허감을 채우려하게 된다. 때로는 일, 술, 돈, 관계에 의존, 지나친 종교적 열광, 지나친 도덕주의자, 정치적 욕구 등으로 채우게 된다. 부부 사이가 안 좋아 아이에게 정서적 지지를 하지 못할 경우 뿐만 아니라, 아이가 부모사이에 삼각관계로 끼어 어느 한 부모와는 관계가 멀고, 다른 한 부모와는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한 부모로 인하여 비어있는 공허감을 다른 밀착된 부모의 감정으로 채우게 된다. 따라서 밀착된 부모와는 분리를 하지 못하여 심한 경우에는 경계선이 아주 무너지게 되여 정신분열증 등의 정신병적 상태에 빠지게 된다.




A는 외모가 매우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젊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지금의 남편과 도망치듯 결혼하였지만 늘 마음이 텅 빈 듯 하고 우울하였다. 이 어머니에게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살아야만 하는 마지막 이유였다. 무섭도록 엄격하게 아이들을 키웠는데 큰 아이는 어머니가 원하는 학교와 배우자와의 결혼을 하여 어머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렸다. 그러나 둘째 딸은 어려서부터 고집이 세어 반발을 하자 여자아이가 고집이 세면 큰일난다고 더욱 심하게 어머니에게 복종시켰다.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말이 차차 없어지고, 학교 갔다가는 늦게 집에 들어오고, 책상에서는 멍하고 앉아있기만 하였다. 그러다 어느 때 부턴가 엄마 앞에서 말할 때 더듬기 시작하더니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항상 말을 더듬게 되었다.




이 여성의 경우 어머니가 지나치게 아이의 영역에 수시로 넘어왔기 때문에 경계선을 제대로 형성할 수 없었다.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에는 등뒤에 비난하는 손가락이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뒤를 돌아보곤 하였으며, 아름다운 용모에도 불구하고 전철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져 외출을 힘들어하였으며, 꽃가게 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하면은 자기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고, 갑자기 어떤 남자가 하늘이 맺어준 짝이라고 쫓아왔을 때 끌리게 되어 그 사람이 하자는 대로 행동하기도 하였다.




B는 모 대학의 학생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남부터 배려하여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상대방 어린아이가 잘못하여 싸운 경우에도 꼭 자기가 잘못했다고 아이로 하여금 사과하게 가르쳤다. 어머니에게는 다른 사람이 우선 이었으며, 그렇게 살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이렇게 자기의 욕구와 느낌을 무시하도록 길들여진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키울 여유가 없었다. 이 아이는 얼마나 모범적인 아이였는지 유치원 때 양말을 벗어 가지런히 접어 빨래 통에 집어넣으라고 어머니가 딱 한번 설명 한 뒤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 한번도 양말을 그냥 벗어버린 적이 없다. 이 학생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혼란스러워하더니 숫자를 반복해서 새는 강박증 증상, 길가는 아가씨가 자기를 무시하였다고 그 아가씨를 폭행하려 하는 망상증상, 집 골목에서 크략숀을 울리면 몽둥이를 들고 때린다고 뛰어나가곤 하였다. 또 어머니에게 마치 어머니가 자기에게 야단치던 것과 같이 어머니를 야단치고, 심한 경우에는 폭행을 하였다.




이 학생은 자존감이 약한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복종함으로서 갈등을 회피하여 온 생존양식을 자녀에게 강요하여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어머니의 것에 순종, 복종하는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로 만든 데서 비롯되었다. 상황이 나에게 아무리 부당한 경우에도 나의 생각, 느낌은 무시당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급기야는 자기 생각을 전부 부인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현실을 부인하게 되어 비정상으로 떨어지는 벼랑에 서게된 것이다. 이 학생은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려는 첫마디를 "아 제 생각은 요..."하고 말하자마자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라고 끝을 내곤 하였다. 그러나 이 학생은 자기라는 주체와 세상이라는 객체 사이의 경계선이 무너진 상태라 머리에 안개가 낀 듯 혼돈스럽기 때문에 사실은 나의 말이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분명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 청년의 경우에는 나와 세상과의 경계선이 형성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자기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자기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도 없게 되었다. 또 자기의 영역에 대한 무지는 다른 사람의 영역에 대한 인식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영역에 무단으로 침범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계선 침범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자녀를 존중한다는 것은 무조건 자녀의 모든 행동을 받아드리라는 것이 아니다.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이 부모의 잘못된 욕구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방임하는 것도 아이로 하여금 적절한 경계선을 형성하는데 방해가 된다. 어느 정도까지 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지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보호나 네가 제일 잘 낫다는 우월의식을 심어주는 것도 같은 역할을 한다. 반대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은근히 자녀에게 열등감을 유발시키거나, 지나치게 자녀에게 기대를 걸어 아이로 하여금 항상 자신에 대한 부족감으로 시달리게 하는 것도 심리적 경계선을 위축하여 건강한 경계선 형성을 힘들게 된다. 지나치게 마음대로 자랐거나, 지나치게 억압되어 자랐어도 자기의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부족으로 충동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경계선을 침범하게 된다. 이렇게 자란 어린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계선은 관계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부부관계, 애인관계, 친구관계, 직장동료, 낯선 사람과의 관계 등 정서적 관계의 질에 따라 가깝고 먼 것이 결정된다. 부부, 자식관계에서는 신체적, 심리적 경계선이 지나치게 멀게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직장상사가 아랫사람에게 지나치게 가깝게 신체적, 심리적 접촉을 시도하면 또한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부모가 일을 핑계로 아이들의 학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 적절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신체적 접촉을 통한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지 않는 것 등은 부모자식간에 지나치게 거리를 둠으로써 부모가 자녀의 경계선을 침범한 것이다. 또 부인이 남편이 매일 아침 버리기로 한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고 비난을 퍼 붇고 며칠동안 말을 안 한다던가, 남편이 중요한 결정을 혼자서 해버린다거나, 애인이 다른 여자와 만난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이유를 듣기 보다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것 등도 경계선을 침범하는 것이다. 부인이나 남편이 상대방의 성적욕구를 무시하거나, 여성이나 남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비난하거나, 언어로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는 것도 경계선 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심한 경계선 침범은 신체적 폭행, 그 중에서도 성폭행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따뜻한 신체적 접촉을 필요로 한다. 많은 실험결과 어린아이의 신체적 접촉욕구는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린아이가 어른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의 신체적 접촉을 경험하고 자라면 부적절한 접촉과 적절한 접촉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형성되기 때문에 분명한 신체적 경계선을 그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부족하게 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적, 신체적 경계선을 분명하게 깨닫지 못하게 된다.




적절한 신체적 경계선은 무엇인가? 적절한 신체적 경계선을 결정지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 지나치게 가깝게 다가서면 본능적으로 물러서며 매우 기분이 나빠진다. 이 때 이 사람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설 수 있는 행동을 하느냐 마느냐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즉 적절한 신체적 경계선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많은 여성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여성들이 안면이 있기 때문에 혹은 관계성 때문에 신체적 접촉을 허락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어느 정도가 적절한 신체적 경계선인지를 몰랐거나, 어느 정도의 신체적 경계선을 스스로 원하는지를 몰랐거나, 혹은 싫다는 거부의 소리를 당당하게 하지 못하도록 길들여진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C는 여러 가지 문제로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평소 존경하던 스승을 찾아 상담을 시작하였다. 상담에 대해서 또 성에 대해서 무지하던 이 여성은 치료라는 이름으로 스승이 부적절한 성적접촉을 시도하였지만 스승을 믿는 마음과 어떤 것이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성관계를 요구할 때까지도 이러한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였다. 그러나 성관계 이후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대화를 하는 순간 자기가 너무도 성에 대해 무지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분노에 차게 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표면화시키자 오히려 자기가 가해자라는 비난을 받게되자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이 여성은 위에서 이야기한 그대로 어려서부터 적절한 경계선을 형성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적절한 신체적 접촉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였으며, 원하지 않는 행위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는 힘이 없었으며, 특히 권위체에 대한 가정교육 및 사회규범으로 인하여 스승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심리적, 신체적 자아경계선이 무너진 복합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D는 고등학생으로서 오빠 둘이 있는 가족의 막내딸이다.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일학년인 작은오빠가 성폭행을 가했는데 그 당시에는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아는 척하기가 왠지 수치스러워 죽은 듯이 모른척하고 누워있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성에 대한 지식을 얻게되고 그 당시에 느꼈던 성적 반응이 되살아나면서 혼란과 수치심에 빠지게 되었다. 막내딸을 귀여워하는 부모에게 작은오빠를 막무가내로 쫓아내라는 성화에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없어 상담을 시작하였다.




이 가족의 문제는 시어머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격이 무척 포악하였던 시어머니는 외며느리를 맞자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며느리를 구박하였다. 밥상을 마당에 내동이치고, 자살한다고 우물에 빠지기도 하면서 온 집안 식구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다. 십여년간 중풍으로 병시중을 드는 며느리에게 돌아가실 때까지 폭언을 퍼붓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외아들로 이러한 지배적인 어머니와의 분리가 힘들어 정서적으로 엉켜있었으며, 부인은 이러한 가운데서 마음의 상처로 우울증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자녀들 역시 건강한 심리적 자아경계선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였다. 가족 간의 성폭행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부분 심리적 자아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딸이 오빠와 같이 상담 받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가족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은 나와 약속한 사람이 아닌 다른 식구가 오면서도 전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족은 식구들이 별개의 개체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누가 상담에 오던 자신들에게는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는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난 경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러한 심각한 증상으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일상생활에서 받는 상처로 인하여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심리적 자아경계선이 약하게 형성된 사람은 타인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 지배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는 스스로 자초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분노를 사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즉, 문제의 원인을 분명하게 나에게 있는 것인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인지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무례한 행동을 나에게 했다고 느껴지면 명확한 경계선이 있다면 그 문제가 나로부터 인한 것인지, 상대방으로부터 인한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우선 두 사람간의 관계설정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만일에 관계에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면 분명 무례한 행동은 상대방으로부터 인한 것이다. 즉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경계선이 약한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순간적으로 자기가 무시당하였다고 자기중심대로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는 경계선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행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것이다. 또는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데 지나친 친절을 베푼다 거나, 걱정을 한다거나, 참견을 하는 것도 상대방의 경계선을 내가 지켜주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나와 세상과의 적절한 경계선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무척 중요하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여기에 몇 가지 자신의 경계선을 첵크할 수 있는 행동들을 예로 열거하였다.




상대방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나의 생각과는 다른 표현을 한다.

(정말 그 색상 좋다. 실제는 아주 싫어하는 색상이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 (나 상처입지 않았어. 괜찮아. 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리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원하지 않는 행동 (연극 가기 싫은데도 좋아하는 척 하면서)을 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연극대신 덕수궁에 가지 않겠니?)

피곤하여도 지나치게 일에 얽매여 있다.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려 애쓴다.

피곤하여도 쉴 줄을 모른다.

내 자신의 욕구를 무시한다.

신체적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

지나치게 적은 혹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다.

충동적인 행동에 집착한다.(일, 게임, 운동, 테레비, 약, 물건사기, 돈쓰기 등)

잘못된 관계인줄 알면서도 집착한다.

사람들과 만나면 자꾸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사람들과 만나면 매번 쉽게 상처를 입는다.

나의 생각대로 사람들을 고치려한다.




만일에 자신이 경계선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여 갈등상황에 자주 처하게 된다면 다음의 단계를 거치면서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좋다. 만일에 스스로 자리를 볼 수 없다던가 새로운 방식을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1. 먼저 두 사람간의 관계가 어떠한 관계인지 분명하게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과 선생, 상담자와 내담자, 친구사이, 혹은 애인사이, 부모자식 관계 등 그 관계를 규명하고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역할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2. 만일에 상대방이 적절한 관계를 벗어난 신체적, 심리적 거리를 원한다면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적절한 경계선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주어도 상황이 호전된다.

3. 그러나 이렇게 하여도 상대방이 경계선을 넘어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법적 조처를 취할 수 있으면 그리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상황을 떠나야 한다.




(오빠한테 성폭행을 당한 한 아가씨는 알코올 중독이 되었으며, 직장을 옮길 때마다 상사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게되곤 하였다. 성폭행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주 피해자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의 심리적 원인은 다른데서 다루고자 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왜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빠지는지, 왜 이러한 상황에 탈출하지 못하는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상담 후 이 아가씨는 스스로 상관을 고발하고 직장을 떠난 후에 더 좋은 직장을 찾게 되었다.)




이러한 경계선이 잘 형성되지 않은 사람이 이러한 경계선을 지금이라도 고치려면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1. 우선 자기 자신의 경계선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경계선이 경직되었는지, 덜 형성되었는지, 아니면 왔다갔다하는 비일관적인 경계선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2. 어렸을 적의 경험 중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의 경계선을 침범하였는지를 찾아내고, 그 때 상황과 사람들에 대한 느낌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3. 지금 현재 관계들에서 자신의 경계선의 상태를 점검한 후에 잘못된 관계는 청산한다.

4. 사람들과 만날 때 다른 사람과 의견, 좋아하는 것, 가치관이 다를 때 자신의 것을 매번 적는 연습을 일주일간을 한 뒤에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친구나 혹은 전문가와 이야기를 한다.

5. 다른 사람과 만났을 때 의견이 다른 경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조용히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면 아예 처음에 내 의견이 다른데 말하기가 너무 힘들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

6.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고, 그 욕구를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살펴본다. 만일에 자신의 욕구를 무시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 욕구를 채울 수 있는지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7. 항상 말과 행동 전에 상황에서의 관계성에 대한 규명을 하는 버릇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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